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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더십

열정의 사람_심형래

“애국주의 덕에 성공? 소니가 바봅니까”
‘디 워’ 논란속 미국행… 소니와 판권계약 맺고 돌아온 심형래 감독 영화 같지도 않았다면 美 극장에서 걸어주겠어요? 차기작은 영구얘기 다룬 코미디 3년후엔 ‘디워2’ 선보일 것

8월 한 달 동안 각종 논란을 일으켰던 영화 ‘디 워’의 심형래(49) 감독이 모습을 드러냈다. 개봉관 무대 인사만 마치고 모든 언론 인터뷰를 고사한 뒤 미국으로 떠났던 그가 3일 언론 카메라 앞에 섰다. 몸만 온 게 아니었다. 소니픽쳐스와 함께한 ‘디 워’의 DVD 배급 관련 계약 장면 사진과 현지 총괄 사장의 사인이 든 계약서를 펼쳐 보였다.

충무로 일각에서 일고 있는 “미국 전역 개봉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소문을 의식한 듯, 그는 사진 속 8월 30일이란 날짜를 가리키며 “소니 관계자들과 30일에 계약하고 그 다음날 새벽 돌아왔어요. 소니와의 계약 외에 미국 배급사인 프리스타일과 미국 전역 60개 도시 1500개 이상 스크린에서 개봉하기로 최종 합의를 봤습니다.”

그는 “그동안 미국에서 정신없이 돌아다닌 증거”라며 계약서를 내보였다.

“계약서 관련 자료만 800페이지가 넘어요. 그들의 계약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몰라요.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PG-13(보호자 동반 13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기 위해 선정적인 장면도, 피 튀는 장면도 없어야 한다 등등의 세부 조건까지 명시돼 있을 정도죠.”

인터넷 댓글도 일일이 챙겨본다는 그에게 ‘디 워’의 작품성에 관한 논란을 어떻게 봤는지 물었다. “재미없게 봤으면 그것도 존중해야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는데, 한 가지 절대 이해가 안 되는 건 ‘독일·프랑스도 못했는데 우리가 하려고 하느냐’는 말이었어요. 그건 인정 못하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난도질을 했어야 했는지…. 이제 제가 이렇게 물건을 갖고 왔으니,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러더니 그가 픽 웃었다. “예술적인 면을 많이 보셔서 그러신 거겠지만. 하지만 계약에만 정신을 쏟다 보니, 이제 뭐 (그런 사람들이) 귀엽더라고요.”

심 감독을 영웅시하는 부류도 많지만 그 반대로 그를 비난하는 층도 적지 않았다. “‘심빠’(심형래 지지자)나 ‘심까’(심형래 비난자) 이런 얘기들 많은 것 알아요. 학력 위조 문제도 자꾸 불거지고…. 그래도 어떻게 다 일일이 대응하겠습니까. 리플 때문에 연예인도 자살하는 판인데.”

그는 “용가리 이후 재기할 수 있을까 가장 두려웠지만 ‘영구와 땡칠이’, ‘우뢰매’ 보던 사람들이 현재 30~40대가 돼서 자기 옛날 추억을 더듬는 게 힘이 됐다”고 말했다.

‘디 워’의 성공 요인을 그는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자꾸 ‘애국주의 마케팅’이다, 영화보다는 ‘인간 승리에 주목한다’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그런 거 아니에요. 소니가 바봅니까? 영화 같지도 않으면 AMC(미국 유명 영화 체인) 같은 데서 걸어주겠어요? 할리우드 최고 영화관으로 꼽히는 만스 차이니스 시어터(Mann’s Chinese Theater)에서도 상영되는데요? 전 애국자도 아니지만 코미디하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줬어요. 그런 열정으로 세계시장에서 해보겠다고 하는데 뭐가 잘못된 것입니까.”

그는 “할리우드에선 힘든 싸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시기에 조디 포스터 주연의 ‘더 브레이브 원’이란 영화도 있고 대형 코미디물도 쏟아진다는 것이다.

차기 작도 진행 중이다. 코미디 ‘라스트 갓 파더’다. 마피아가 한국에 들렀다가 아들을 낳는데 그게 영구라는 얘기. 말론 브랜도를 CG로 재현, 영구와 함께 연기할 예정이다. 주인공은 심형래 감독 본인.

“제가 슬랩스틱 코미디가 전공이잖아요. ‘변방의 북소리’(유머 1번지)에서 별 얘기 안하고도 6년 했어요. 미스터 빈하고 겨뤄 보려고요.” 그는 3년 뒤쯤 ‘디 워 2’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처 : 조선일보 2007-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