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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박성수 회장 세 번째 위기 맞나?

2007/07/02 15:45

일요경제 장익창 기자[sanbada@dailysun.co.kr]

기로에 선 ‘이대 앞 2평 옷가게 신화’

지난 1980년 이대 앞 2평의 옷가게에서 출발, 공격적인 외형확장을 통해 27년 만에 30대그룹(공기업 제외)으로 급성장한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
그가 지금 그룹 총수로 세 번째 위기를 맞고 있다. 그룹의 재무적 리스크 증대와 유통 계열사들의 노사 간 첨예한 대립으로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는 것. 그의 상징인 기독교 경영 역시 곳곳에서 퇴색하는 모습이다. 이번 위기도 극복하고 계속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


박 회장의 첫 번째 위기는 1997년 말 외환위기 때였다. 당시 이랜드그룹은 부도위기까지 내몰리고 채권자들로부터 빚 독촉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28개 계열사를 8개 계열사로 정리하고 직원도 50%나 감원하는 초강수 구조조정 카드를 내밀었다.


두 번의 위기 모면 세 번째 위기는(?)

그가 당시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부도 직전 기적적으로 외국인 투자가로부터 5000만 달러(당시 환율 달러당 1800원 이상)란 거액을 차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두 번째 위기는 2000년에 있었다. 2000∼2001년까지 무려 265일간이나 벌어진 이랜드노조의 장기파업투쟁과 관련, 노동부는 박 회장에게 부당노동행위로 수차례 출석요구서를 보냈으나 그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서울지법 서부지원은 그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로 인해 그는 3년 간 미국에서 외유 생활을 해야만 했다.

박 회장은 올 들어 또 한 번의 시련을 겪고 있다. 인력구조조정 프로젝트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대량 해고와 맞물려 홈에버(옛 한국까르푸)와 뉴코아 노사 간 첨예한 대립이 장기화되면서 그룹 이미지에 먹튀가 튀고 있다. 무리한 외형 확장과 관련한 재무적 위기 징후 역시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다.

박 회장은 대형 M&A를 성사한 이후에는 대량의 외부자본으로 인수 자금을 수혈해 왔다. 그러나 외부자본은 결국 부채라는 점이다. 이랜드는 금융감독원이 선정한 ‘주채무계열’ 42개 그룹 중 30위를 차지했다. 주채무계열에 포함되면 재무상태가 나빠질 경우 주채권은행과 맺은 약정에 따라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이랜드는 지난해 까르푸를 인수하면서 약 1조2000억원을 차입하고 나머지 3000억원만 뉴코아와 이랜드월드를 통해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자금조달을 위해 자산유동화증권(ABS)발행과 매장의 매각 후 임대를 홈에버에 적용하고 있으며 그 외 뉴코아의 상장과 그룹의 지주회사역할을 하고 있는 이랜드월드가 3억 달러 규모의 외화채권 발행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배고픔 끝 모르는 외형 확장...상장사 단 2개

이랜드는 2007년도 재계 순위에서 자산 5조383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계단이나 껑충 뛴 26위로 자리매김했다. 이랜드 계열의 상장기업은 코스닥시장의 데코와 네티션닷컴 단 2개뿐이다. 이 마저도 인수한 기업으로 30대 그룹으로는 매우 특이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박 회장이 M&A귀재로 재계의 집중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부터였다.

지난 4년간 박 회장과 이랜드는 2003년 데코, 뉴코아에 이어 2005년에는 해태유통, 태창 내의사업 부문, 지난해 삼립개발 하일라콘도와 의류업체 네티션닷컴, 그리고 30대 그룹 성장 견인차인 한국까르푸 등 브랜드를 포함해 무려 20개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 확보에 실패한 것은 국제상사와 세이브존 단 두 곳뿐이다.

제1단계인 패션기업에서 제2단계 유통그룹으로 변신을 마친 박 회장은 제3단계인 레저그룹까지 아우르는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의 M&A 행보에 대해 이랜드그룹 한 고위 관계자는 “직접 회사를 설립하거나 사업부를 런칭해 안정화시키려면 막대한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랜드그룹은 올해 유통과 패션 부문 성장을 통해 매출 1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기대를 걸고 있는 부문은 단연 홈에버다. 홈에버는 2007년도 매출목표가 ‘3조5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홈에버의 올해 추정매출이 최대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간 노조 파업과 비노조원 대체 투입으로 운영 중인 홈에버와 뉴코아가 그룹의 목표치를 달성케 하는 역할을 할지는 지켜봐야할 전망이다.

퇴색하는 기독교 경영(?)

박 회장은 오랜 세월 교회 장로로 재직하며 국내 대표적 기독교 기업의 하나인 이랜드를 이끌어 왔다. 현재도 그는 교회에 신앙 간증을 다니고 일반대학에서도 강연하고 있으며 사회복지사업에도 열성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수입의 10분의 1을 헌금하는 십일조로 130억원을 냈고 주식 배당금만 비상장사중 두 번째로 많은 82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부인 곽숙재씨도 이랜드 10.96%와 이랜드월드 6.48%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부부가 지난해 수령한 주식배당금은 100억원을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가 내부직원들에게도 이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지난 5월 부산 해운대에서는 기독교인 10만명이 참가하는 대부흥 성회가 열렸다. 이 행사에 이랜드
는 티셔츠 5만벌을 무료 기증했다. 홈에버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자사 유니폼을 입을 것을 강요하면서 무상으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랜드 유통 매장 여성 정규직 5년차의 경우 연봉이 1500만원 미만이고 비정규직의 경우 1000만원에 못 미치고 있다.

현재 이랜드노조와 뉴코아노조는 “이런 열악한 조건에서도 사측이 비용절감을 위해 구조조정 칼날을 세워 노동자들을 대량해고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이랜드 패션 브랜드 제품 600여종의 재고 의류를 신상품으로 위장 판매해 온 것이 드러나 망신도 겪었으며 그룹의 상징이기도 했던 일요일(주일) 무영업이 현재는 거의 모든 유통매장에서 실시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