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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지금

인맥관리와 인적자원개발

[기고] 인맥관리와 인적자원개발

맥킨지 컨설팅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1935년도의 기업 평균 수명이 약 90년 정도였고, 1955년에는 45년으로 단축되었으며, 1975년에는 30년으로, 1995년에는 22년으로, 그리고 2005년에는 불과 15년이라고 한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 기업의 인적자원개발은 조직 생존의 핵심적 요소이다.

인텔의 ‘앤드류 그로브’도 ‘요즘처럼 기업자체의 수명이 불확실하다면 사원들의 수명을 어느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안된 얘기지만 아무도 당신에게 평생직장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고 개인 인적자원개발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적자원개발(HRD/Human Resource Development)에서 인맥관리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고 얼마나 중요할까?

요즘 대선주자를 포함한 정계 및 종교계, 연예계는 물론 학계, 문학, 미술계까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사람들과 돈독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간 복덕방이라 불리는 가수 조영남씨의 인맥관리론이 화제가 되고 있다.

‘누가 나에게 반 고흐처럼 살아서 외롭다가, 죽어서 유명세를 얻겠냐고 묻는다면, 노(No). 난 싫어. 난 죽어서 아무도 나를 기억 못하더라도 살아서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싶어. 그 만큼 사람이 좋고, 또 사람이 소중해’

반 고흐는 살아있는 동안 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단 한 점만 팔 수 있었다. 그 이유로 그는 무능한 화가라는 자책감에 시달리게 되었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죽고 난 후에야 후세의 사람들은 그의 그림은 인상파의 대가라는 명성을 얻으며 세계 경매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마이 포지셔닝(My Positioning)의 저자 잭 트라우트와 알리스는 이런 반 고흐에 대해 ‘창조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면 당신의 작품 활동에 모든 시간을 할애하라. 그러나 창조적이면서 성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절반은 작품 활동에 할애하고, 나머지 절반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작업을 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반면 고흐와 더불어 세계 미술경매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피카소는 살아서 그림 값을 가장 비싸게 받는 화가 중의 한 사람이었는데, 그 이유는 물론 입체파의 대가에 걸맞게 그림의 품질도 좋았지만, 상류층과의 인맥관리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위 두 사람의 사례를 살펴보면 인맥관리는 HRD분야에서 아주 중요한 핵심요소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 이유는 한 사람의 역량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인맥의 힘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맥관리가 중요한데도 HRD 담당자들은 왜 인맥관리 분야를 소홀히 할까? 이는 인맥관리에 대한 부정적 편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맥관리라 하면 아첨, 연줄, 빽, 낙하산, 뒷거래, 로비, 청탁 등의 부정적 단어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인맥에 대한 잘못된 시각이다.

인맥관리라 함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차별적 능력을 직접 행사할 수 없어 한 사람을 건너 작용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영화 ‘타이타닉’의 감독인 제임스 카메룬의 예를 한번 살펴보자.

제임스 카메룬은 원래 트럭 운전수 출신이었으나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에 헐리우드에 입문하게 된다. 노력 끝에 독립 저예산 영화를 만들게 되는데, 그 연유는 미국의 치과의사들이 세금감면을 목적으로 제임스 카메룬에게 영화제작을 맡겼기 때문이다. 몇 편의 독립 저예산 영화를 찍은 다음에 본격적으로 영화제작에 뛰어들어 보지만 헐리우드의 어느 누구도 무명 감독인 그에게 영화제작을 의뢰하지 않았다. 그러다 ‘게일 앤 허드’라는 여류 영화 제작자를 만나게 되는데 미팅 시간은 겨우 3분 밖에 얻지 못했다. 3분 안에 설득을 하면 꿈에 그리던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고 설득에 실패하면 또 다시 헐리우드의 변방을 떠돌아야 하는 순간이었다. 만나자마자 제임스 카메룬이 이렇게 이야기 한다. ‘이 시나리오 1달러만 받겠습니다. 단 내가 감독해야 합니다.’

이것이 헐리우드에서 그 유명한 1달러 계약 사건이다. 이렇게 해서 제임스 카메룬이 만들어 낸 영화가 바로 ‘터미네이터’이다.

이것이 인맥관리이다. 제임스 카메룬은 실력은 있었으나 돈을 가진 영화제작자를 만날 수 없었다. 그는 게일 앤 허드의 인맥을 활용하여 영화 제작에 성공하였고 지금은 세계에서 명화 반열에 오른 ‘타이타닉’의 성공도 이끌어내었던 것이다. 나의 실력이 혼자서 힘을 발휘할 수 없을 때, 한 사람 건너 다른 사람으로 인해 시너지 효과가 발휘가 된다면 이게 인맥관리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나의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맥관리를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비행기와 같다. 비행기 동체가 본인의 실력이고 날개가 인맥에 해당되는 셈이다. 속도를 가장 빠르게 하기 위해서는 동체와 날개의 조화가 필요하다. 동체에 비해 날개가 크다면 이건 ‘청탁’이나 ‘뒷 거래’가 될 것이다. 그리고 동체에 비해 날개가 작다면 이 또한 자신의 역량을 100% 발휘하지 못하는 ‘실패한 자기개발’이 될 것이다.

HRD담당자가 꼭 명심하여야 할 것은 인맥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산’이라는 사실이다. 어렵게 많은 연봉을 주고 핵심인재를 뽑는데 만 신경을 쓸게 아니라 그 인재가 가지고 있는 인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라는 이야기다. 인맥관리는 낙하산과 같아 펼쳐야만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기업인맥관리를 잘 할 수 있을까. 기업의 인맥관리전략은 개인의 인맥관리전략과 분명 차이가 있다.

첫째, 먼저 기업은 인맥관리의 중요성을 강조 및 교육하여야 한다. 인맥관리만큼 그 기업의 성과에 기여하는 분야도 많지 않다. 그렇게 신경을 쓰고 있는 CRM(고객 관리경영/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보다 HNM(인맥관리경영/Human Network Management)에 더 많은 투자를 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CRM이 사과나무를 키우는데 해당된다면, HNM은 그 사과를 팔기 위한 도로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를 많이 열리게 하는데 정성을 바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확한 사과를 손님이 오도록 기다릴게 아니라 내다 팔기 위한 ‘유통 人프라’가 중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기업인맥관리의 킹핀은 참여다. 이렇듯 조직 구성원 개개인이 인맥관리의 중요성이 인식되어야 개인들이 참여하기 시작한다.

두 번째, 기업은 개인들이 인맥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편리하고 다양한 도구들을 개발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인맥관리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키 포인트인데 바쁘다 보면 관심을 보일 여유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꼭 관리해야 할 인맥 당사자가 승진한 순간에 메일이 도착되면 상대방이 그 배려에 고마워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서 도착된다면 그 메일의 의미는 퇴색하게 마련이다. 이때 인맥 관리 당사자의 승진 소식 등을 체크해주는 도구가 있고, 자동으로 메일링이 된다면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기업인맥관리의 열매는 공유에서 나온다. 이렇게 개인들에게 그들 자신의 인맥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면 기업은 자동으로 그 인맥들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세 번째, 기업은 자신에게 맞는 인맥관리 방정식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인맥관리=고객가치 향상’이다. 인맥은 내가 상대방을 아는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나를 알리는 것이다. 내가 먼저 상대방의 감정계좌에 입금하여야 한다. 내가 실력이 있다는 것을 먼저 알려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도 나를 돕는데 떳떳할 것이다. ‘미래는 일직선으로 오지 않는다’고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설파하고 있다. 언제 인출해야 될지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늘 상대방의 계좌에 감정의 잔고를 넉넉히 쌓아두자.

다양한 약점(?)을 보유하고 있는 조영남씨의 가장 중요한 인맥관리 원칙은 나이와 지위를 따지지 않고 대한다는 것.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그 사람의 인맥은 큰 은행처럼 훌륭한 자산이 되었다는 사실은 인맥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중소기업직업훈련컨소시엄센터 한성대학교 산학협력단 홍웅식 센터장]